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체온, 산소포화도, 혈압을 체크하고 오늘의 상태를 적는 것"이다

목이 살짝 부었고
목이 칼칼하고
코가 막히고
눈압이 올라와 눈이 빠질 듯했던 거 같다
그리고 구내염이 점점 심해져서 가만히 입을 벌리기도 힘들다
내 생애 최고의 구내염 ㅠㅠ
아침 식사가 배달되었다
구내염으로 인해, 먹긴 힘들지만 회복하기 위해 억지로 먹으려고 포장을 풀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냄새가 안 났다...

이게 말로만 듣던 후각 이상이구나...
김치 냄새를 맡으려고 킁킁거렸으나, 아무런 냄새도 안 났다...
또 한 번 코로나에 걸린 걸 실감했다
구내염에 걸려 입안은 아프고
음식 냄새도 안 나니, 음식을 더 먹기가 싫었다
이게 음식인지, 뭔지...
진짜 살기 위해 먹은 것 같다...
그때 생각하니, 갑자기 또 울컥하네...ㅠㅠ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힘이 없다...
이런 와중에 보건소에서는 전화가 온다
접촉자에 대해 추가 질문이 있어서 전화하셨다고 한다
궁금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드리고, 마지막에 나는 답답한 마음에 여쭤보았다
"전 도대체 어디에서 걸린 건가요?"
딱히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확진자를 접촉한 적도 없는데요,
보건소 직원분께서 말씀하신다
요즘 이런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어디서 감염되었는지도 찾지 못할 것 같다고...
햐...ㅠㅠ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여쭤봤는데, 역시나구나 ㅠㅠ
또 한 번 서러움이 밀려온다...
이런 와중에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회사 전사 코로나 검사 진행했고, 전원 음성이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나는 속으로 수없이 외쳤다.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런데, 기쁜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았다...
바로 들려오는 슬픈 소식...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한 아빠가 발열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38도까지 갔다고...
심장이 또 한번 덜컹 내려앉았다
눈물이 또 왈칵 쏟아졌다
(지금 생각해도 또 눈물이 난다... 너무 떨렸다...)
하나니, 우리 아빠를 지켜주세요
아빠 대신 제가 아프게 해 주세요...
60대 이상이신 분들은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고 들었고, 발열이 시작되면 더 악화된다고 들었기에
너무 걱정되었다
하루 종일 마음속으로 아빠가 낫기를 기도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오늘도 나는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룸메이트 동생도 오늘은 기운이 없는지,
우리는 하루 종일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들려온 소식,
아빠가 열이 내렸다고 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열제 때문에 열이 잠깐 내려간 게 아니길, 기도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열이 내려갔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제야 기운이 조금 났다
셋째 날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던 그런 날이었다...
코로나가 무서운 건
나의 건강뿐 아니라, 내 가족, 내 주변분들의 건강도 걱정돼서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심적으로 힘들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그냥 다 힘들다
그리고 갇혀있어서 더 의욕이 없다
※ 아래 사진은 룸메이트 동생이 찍은 오늘의 식사였던 것 같다
(정확성은 떨어져도 대충 태릉선수촌 치료센터에는 이런 도시락들이 나온다 정도로 봐주시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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