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정말 길었다.
태릉선수촌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고 나서도 내 정신은 안드로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 가족들은 괜찮을까...
코로나 검사받았다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회사분들은 괜찮나...
다들 음성이어야 할 텐데...
코로나가 가장 무서운 건 바로 이거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거!
내 몸도 아프고 걱정되지만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 걱정에 몸도 마음도 정신도 만신창이가 된다
오만가지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정신없었고 걱정되었지만 일단 주어진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입소했으니, 방 정리하고 물건 정리를 해야지
생활치료센터마다 제공해주는 물품은 다 다르다고 한다
여기 태릉선수촌 생활치료센터는 꽤 많은 물품을 준다
이불, 패드, 베개는 진공 포장되어있고
그 외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제공되는 듯하다
수건, 샴푸, 바디워시, 화장지, 물티슈, 항균티슈, 소독제, 소독 젤, 화장실 청소솔, 빗자루, 커피(카누/ 맥심 모카골드), 녹차 등 정말 넉넉하게 주신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혈압재는 기계'
여기 있는 기간 동안 하루에 2번 체온, 산소포화도, 혈압 등은 체크해야 돼서 가장 중요하다
청소를 어느 정도 하고 있으니, 카카오 톡이 온다
'간호사 A' 이제 이분이 나를 관리해주신다
몇 가지 안내 사항을 보내주신다
그리고 카톡이 또 온다
'MEDILINX'
자가 평가 기록지이다
이제 하루에 2번 이 자가 평가 기록지에 내 상태를 적으면 된다
안내문에는 자가 평가는 오전 9시, 오후 3시에 기록하면 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며칠 동안 방송은 더 이른 시간에 나와 나를 헷갈리게 했다.
퇴소할 때쯤 3-4일 전부터는 방송이 9시, 3시에 맞춰서 나온 듯하다...
여하튼 이것저것 안내받고 하다 보니 벌써 저녁 식사시간
도시락이 나온 건지 만 건지 궁금해서 인터폰으로 전화를 드렸고 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전혀 안 들렸는데...;;;;
방송이 안 들린다고 말씀드리니 알았다고 하고.. 그 뒤 조치는 없었다
같이 있는 룸메이트 동생이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소리를 높여줬다...
이 날 알았어야 했다
이곳은 생활치료센터는 관리받고 치료받는다는 느낌보다는 가둬놓고 방치 느낌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내가 생각한 관리는 아니었다
문진표에 증상을 말해도, 질문을 해도 답변이 느리게 돌 때도 있었고, 하루 또는 이틀 있다 답변 올 때도 있었다
관리받는다는 느낌보다는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증상을 말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듯하다
물론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서 다들 힘드신 건 이해한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1년 넘게 수많은 환자들이 거쳐갔으니...
하지만 나도 코로나 확진이 처음이기에
증상이 있는데도 자세한 설명도 없고, 관리해주지도 않는 느낌이 많이 아쉬웠다
솔직히 지금 퇴원했는데도 증상이 있다
퇴소 시 의사 선생님이 몇 주간 다고 했는데...
코로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인 나는 아직도 무섭고 두렵다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경증 환자들도 코로나 확진되었으면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솔직히 물어볼 곳도 없고, 무서워서 병원도 못 가고 있다
증상은 있는데 감기처럼 몇주간다는 의사 선생님 말만 믿고 현재 그냥 있다
국가에서 나서서 코로나 확진자의 사후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확진자는 몇 달 후에 폐가 손상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관리를 왜 안 해주는 걸까...
완치되었다고 믿고 나왔는데 나는 아직도 두려움에 살고 있다...
여하튼, 그건 나중에 다시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
첫날 어찌어찌해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입맛도 없고, 갑자기 오늘부터 혀에 구내염이 크게 나서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
(역대급으로 크게 났다. 약을 문의했으나, 약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가글제로 대신 처방해주시긴 했다)
여하튼 첫날 면역력도 약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구내염이 크게 났고
나는 이후로 약 7일간은 음식을 제대로 섭취 못했다
아니, 살기 위해서 억지로 먹었던 것 같다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씻고 멍 때리고 있었는데
한통의 카톡이 또 왔다
절망적이었다...
가족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만 걸리고 다들 무사하기를 수없이 기도드렸다
그. 런. 데
아빠가 양성 판정이 났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또 눈물이 났다
(옆에 룸메이트 동생이 있어서 꾹 참았으나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다고 했다
아빠는 무증상이었다
어째 이런 일이!
나로 끝나길 바랬는데 아빠까지 양성이라니...ㅠㅠ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도 그날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다행히 엄마랑 언니는 음성이 나왔고
2주간 자가격리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룸메이트 동생도 자가격리 다하고, 양성 판정 나와서 지금 나와 같이 있으니..ㅠㅠ)
나는 너무 두려웠고
한편으로 그래도 엄마 곁에 언니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아빠, 다른 곳 가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활동적인 분이라 답답한 곳 싫어하는데...
담배 태워서 폐가 더 나빠지는 건 아닐까...
60대 이상은 코로나 걸리면 증세가 더 악화된다고 하던데 어쩌지...
아빠 걱정에 그 소식 이후로 아무 일도 못했다
아빠는 도착해서 피검사를 하고
아무 증상 없이 병원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너무 미안했다... 나 때문에 걸린듯해서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아빠만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랑 언니도 끝까지 음성이길...
이 생각만 하면서
그날, 첫날을 보냈다
자는 둥 마는 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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